재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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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가균형발전선언 22주년 기념 포럼 〈삶人 : 청년,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지역에 남아 있는 청년, 떠난 청년, 그리고 선택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함께했습니다. 영화 〈모과〉 상영 이후 진행된 시네토크에서는 청년의 선택과 지역의 조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포럼 이후 세 명의 참여자가 영화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정리한 생각을 글로 남겼습니다.
아래 글은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역과 균형발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냅니다. 지역에 머무는 선택과 떠나는 선택 사이에서 청년들이 어떤 조건을 마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임을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지역의 청년으로 산다는 것, 그 아프고도 절실한 '블루스’
김광현 (IT개발자, 전북 남원)
국가균형발전선언 22주년 기념포럼의 일환으로 마련된 ‘우리들의 블루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 제안을 받았다. 지역 인구 소멸과 청년 문제를 논하는 이 자리는, 현재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왜 우리는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상영된 독립 영화 <모과>는 그 질문에 대한 아픈 투영이었다. 영화는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했으나, 어느덧 마흔 줄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현실의 문턱을 넘지 못한 주인공들의 삶을 비춘다.
버리지 못한 꿈은 어느새 희망고문이 되어버렸고, 재정적인 결핍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지독히도 쓸쓸했다. 영화가 끝난 뒤, 기회라는 이름의 자원이 수도권에만 기형적으로 쏠려 있는 이 잔인한 현실이 더욱 쓰라리게 다가왔다.
우리는 왜 그토록 서울로 향해야만 하는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광주·전남 행정 통합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인구 규모는 약 300만 명에 달하게 된다. 이는 부산광역시와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지금 부산의 별칭은 안타깝게도 ‘노인과 바다’이다. 결국 단순한 물리적 규모의 확장이 지역 소멸과 청년 유출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방증이다.
동료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도달한 개인적인 결론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였다.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터가 지역에 충분히 공급될 때 비로소 유출의 물꼬를 돌리고 지역 소멸의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각자가 품고 있던 고민과 해법을 공유하며 서로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같은 청년이라 할지라도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그 색다른 시각들을 마주하며 나 역시 이 문제를 더욱 깊고 넓게 통찰할 수 있었다. 지역의 소멸이 아닌 ‘지역의 생존’을 꿈꾸는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제 막 그 첫 소절을 떼었을 뿐이다.
깨어 있는 시민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의 힘
김성규 (광주지역위원회 운영위원, 전남 광주)
영화 <모과>는 시인 지망생 수건과 무명배우 희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쫓는 지망생으로 그려지며,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은 여러 가지 여운을 남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일찍이 ‘국토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국정과제로 남아 있다. 광주·전남 통합 역시 그 어떤 정책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으며,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국토균형발전 정책 실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이어졌다면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수건과 희지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단면을 대표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국토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의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고민이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이 함께 마주한 현실이다.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꿈과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참여정부 이후 이어진 정권 교체 과정에서 정책의 연속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고, 그에 따른 부담이 지금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하다.
나 역시 20대 시절 연고 없는 서울에서의 생활을 거쳐, 대학을 마친 뒤 광주에 터전을 잡았다. 그래서 영화 속 수건과 희지의 마음이 더욱 와닿는다. 서울의 삶을 뒤로하고 지역으로 내려오는 선택이 혹시 실패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한때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지역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만들어 가느냐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다.
2026년의 대한민국은 민주정부가 만들어 가는 국정의 성과를 체감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라보며,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남긴 경험과 시행착오가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포럼 자리에서 퇴직한 한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과 재단의 성과가 무엇이냐”라며, “서로 토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질문을 했다.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토론하고 검증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질문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아직 감당해야 할 숙제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특정 인물이나 정부가 아니라 시민의 선택과 참여일 것이다.
적어도 내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은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는 선택이 생존을 위한 필연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균형발전은 청년의 삶을 바꿀 수 있는가
박준용(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전남 목포)
이번 〈우리들의 블루스〉 포럼은 청년의 선택과 지역의 현실을 영화 〈모과〉를 통해 함께 공감하고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영화 상영 이후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은 개인의 경험과 사회 구조를 연결해보는 의미 있는 대화의 장이었다. 행사의 목적은 지방균형발전 22주년을 기념하며, 영화를 매개로 지방소멸과 청년 문제를 숫자가 아닌 삶의 이야기로 바라보는 데 있었다.
영화 〈모과〉는 성공담이 아닌,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시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시인 지망생 수건과 무명 배우 희지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영화 속 장면과 대사는 관객 각자의 삶과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꿈을 포기하지 못한 채 현실을 견디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공감을 남겼다.
포럼 라운드테이블은 크게 네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중 두 번째 라운드테이블이었던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가장 핵심이 되었다. 고향에 남을 것인가, 서울로 떠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지역 이동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감당하는 방식의 차이로 느껴졌다. 이어진 세 번째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왜 이러한 선택이 서울에서만 가능해 보이는지, 지방에서 꿈을 실현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마지막으로 전남·광주의 주요 이슈인 행정통합과 관련해 〈수도권 1극을 넘어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말하다〉라는 발제가 진행되었고, 행정통합과 같은 정책적 대안이 실제로 청년들의 삶과 선택에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포럼을 통해 지방소멸은 단순히 일자리, 정주여건, 인프라 문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청년들이 지방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떤 경험과 기회를 쌓을 수 있는지, 그 시간 속에서 무엇이 남는지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영화와 토론이 만나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